잠못 이루는 ‘프라하의 밤’
황금맥주 '필스너'의 거품에 우울증을
풀어버리고....
“마음이 어지럽군요. 빨리 테레진을 벗어나고 싶어요.” “그러니 한번
오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했던 사람들의 심정은 어떠했겠소?”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쳐요!"
테레진에서 버스를 타고 다시
프라하로 돌아오니 프라하 성에 노을이 지고 있다. 보헤미안의 밤이 시작되고 있는 것. 우리는 마치 테레진 수용소에서 극적으로 탈출한
사람들처럼 자유의 도시 프라하의 품에 안기고 있었다.
“여보, 어쩐지 우울해요.” “그 우울증엔 체코의 황금맥주를 딱 한잔
마시는 게 최고의 명약이지.” "황금 맥주요?"
"황금맥주 원조 필스너란가 이곳에 있어."
플로렌스 버스 터미널에서 필과 해어진 우리는
구시가지 노천카페로 갔다. 구시가지 광장 천문시계 앞에는 밤이 되자 더욱 많은 사람들로 붐비고 있다. 프라하의 밤은 화려하다. 프라하 성에
황혼이 물들어 가면 여행자들은 프라하의 밤을 즐기기 위하여 더욱 부산해 진다. 앞치마를 두른 여자 종업원이 웃으며 다가온다.
“비어 플리스.” “오케이!”
우리는 갈증도 해소하고 테레진의 악몽도 떨쳐버릴 겸해서 체코의 황금맥주 필스너를
주문했다. 쌉쌀하고 깔끔한 맥주의 뒷맛이 구미를 땅기게 하는 황금맥주 필스너.
“정말 맥주 빛이 완전히
황금색깔이에요!” “황금 맥주는 체코가 원조라는군. 미국맥주 버드아이저도 체코가 원조고.” “정말요?” “그럼! 자~ 우리도
체코의 황금맥주 거품을 한번 마셔볼까?”
필스너 맥주Pilsner Urguel는 체코가 자랑하는 맥주다. 요즈음 우리가 마시는
투명한 황금빛 맥주는 1842년 체코의 필젠Pilsen지방에서 처음으로 탄생했다. 체코에 가면 물보다 값이 싼 정통 라거 맥주 필스너를
마셔보자.
미국맥주로 알고 있는 버드와이져Budweiser도 사실은 체코가 원산이라는 것. 그래서 아직도 체코의 부드바이져
부드바르Budweiser Budvar는 버드와이저를 생산하는 미국회사와 상표권을 놓고 씨름을 벌이고 있단다.
"인생은 맥주 거품과
같지 않을까?" "인생을 맥주에 비교하는 건 너무 한거 아니에요." "맥주거품처럼 부풀어 올랐다가 거품처럼 사라져 버리는
인생..." "그건 너무 싱겁고 슬퍼요." "그럴지도 모르지...."
하여튼 체코는 어디를 가나 맥주가 나온다. 오히려
‘맥주의 나라’ 독일보다 1인 평균 맥주 소비량이 더 많다고 한다. 맥주를 마시고 나니 한결 기분이 부드러워진다. 프라하의 밤이 더욱 아름답게
보인다. 보헤미안의 열정이 뜨거운 프라하의 밤!
모차르트
인형극
‘돈
조반니’를 바라보며 존재의 가벼움을 생각하다...
“이제 어디로 가지요?” “다 생각해
둔 게 있지.” “뭔데요?” “일단 따라와 봐요.”
프라하에서는 모차르트의 오페라 인형극 ‘돈 조반니Don
Giovanni’를 놓쳐서는 안 된다. 프라하에서만 즐길 수 있는 인형극이기 때문. 돈 조반니 인형극은 프라하에서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인형극장 'National Marionette Theatre'가 압권이다.
“여긴 뭐하는 곳이지요?” “모차르트 돈
조반니를 공연하는 인형극장.” “우와! 재미있겠군요. 그런데 비싸지 않을까요?” “아무리 비싸더라도 여기까지 와서 놓칠 수는
없지.” “허긴…”
프라하는 음악의 도시다.
음악의 도시에 와서 오페라든 인형극이든 콘서트든
뭔가 음악에 듬뿍 젖어보는 것도 좋지 않겠는가? 그러나 장기 배낭 여행자가 비싼 입장료를 다 주고 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 갈 길이
구만리인데 줄 돈 다주고 보다간 거덜이 나서 중간에 하차를 해야 한다.
우리는 어제 밤에 'The Municipal
House'에서 비발디의 4계를 감상했다. 1인당 600코루나 하는 입장료를 400코루나로 입장성공. 이는 시간이 있는 배낭여행자만 가능한
방법이다.
공연티켓을 싸게 구입하는 방법은 공연 당일 날 극장 매표소에서 입석티켓을 직접 흥정하여 구입하는 것. 팔다 남은 공석을
마지막으로 팔기 때문에 거의 절반가격에도 들어갈 수 있다.
처음에는 무조건 안 된다고 하지만 공연시간이 임박하여 몇 번 왔다 갔다
하면 그들도 남은 좌석을 싸게 팔게 마련이다. 그러나 결코 권장할만한 방법은 아니다. 우리네 배낭여행자들만이 장기간 여행비용을 아끼기 위하여
쓰는 방법.
“와, 490코루나!” “비싸지만 어쩔 수 없어 오늘밤엔 그냥…”
국립 마리오네트 극장은 요금
흥정이 잘 안된다. 허지만 프라하에서 200여 년 전에 초연된(1787년 스타보브스케 극장에서 초연)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를
인형극으로라도 보고가야지… 2인이 980코루나면 우리나라 돈으로 4만원 상당인데…
극장표를 거머쥔 나는 제 가격을 다 주고 산
입장권 때문에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아내의 등을 밀고 극장 안으로 들어갔다. 이 극장의 돈 조반니 인형극은 1991년부터 공연을 했으니 3천회가
넘는 정통 인형극이다.
사람의 손으로 꼭두각시 인형들을 조작하여 공연하는 인형극 돈 조반니는 14세기에 실제로 존재했던 돈
후안Don Juan이란 인물을 모델로 했다는 것. 인형극의 내용은 잘생긴 부자이면서 바람둥이인 주인공 돈 조반니가 끊임없이 여성을 유혹하고
배신을 하다가 결국에는 벌을 받게 된다는 줄거리다.
주고받는 대화는 잘 알아들을 수 없지만 모차르트의 유명한 곡들과 함께 줄기차게
움직이는 인형들의 우스꽝스런 분위기는 그런대로 즐길만하다.
“세상의
남자들은 다 바람둥이야…” “남자들이 바람둥이가 아니라면 세상의 여자들은 모두 홀로 살고 있을 텐데.” “그런 게 어디
있어요.” “꽃과 나비가 그걸 증명하고 있지… 하하하.”
밤이 늦는데도 구시가지의 기념품점에는 여행객들로 가득 붐비고 있다.
사람 냄새가 물씬 풍기는 프라하의 뒷골목길 풍경… 오페라 인형극 축소인형, 도자기, 그림, 향수병, 수공예 액세서리, 장식품… 끝없이 늘어서
있는 기념품점은 휘황한 불빛과 함께 여행객들을 유혹하고 있다.
아내는 인형극보다 아이쇼핑이 훨씬 재미있는 듯 밤이 깊어 가는 줄도
모르고 이 가게 저 가게를 돌아다닌다. 깜찍한 작은 인형을 몇 개를 고르고, 엽서를 사고, 호박반지 이미테이션을 사고… 모두가 우리나라 돈으로
치면 몇 천원에 해당하는 헐값이다.
부처도 여자는 노리개 깜으로 폐물이 있어야 한다고
했던가. 생각 같아서는 왕방울만한 보석을 아내의 팔과 목에 걸어주고 싶은데…
이미테이션을 들고 불빛에 비추어 보며 즐거워하는
아내의 모습이 천진하게만 보인다.
필스너 황금맥주, 돈 조반니, 황금소로,
유태인 묘지, 테레진의 아이들, 프란츠 카프카, 밀란군데라… 프라하의 마지막 날 밤…
어두운 뒷골목 여행자 숙소에서 나는 맥주의 거품처럼
떠오르는 상념에 젖어 잠을 이루지 못한다. 황금맥주처럼 부풀어오르는
돈 조반니의 바람둥이 기질... 잠못이루는 프라하의 밤... 밀란군데라의 말처럼 과연 인생에 정답은 없는 것인가? 나는 참을 수 없는
존재의가벼움에 치를 떨며 잠을 청해 본다.
☞여행 팁
* 인형극 돈 조반니
관람 -극장 : National Marionette Theatre -장소 : 매트로 ‘A’ 선 Starome stska 역
근처(구시가지 광장에서 걸어가도 됨) -공연시간 : 17:00, 20:00, 약 1시간 20분 -요금 : 일반 490Kc, 학생
390Kc
* Copyright by
chal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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