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34]기차여행의 진수, 알프스 티롤을 넘다

찰라777 2006. 9. 6. 08:29

기차여행의 진수  알프스 티롤을 넘다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도 않을 아름다운 풍경을 보는 우리의 가슴은 한 없이 부풀어 오른다. 저 목장 언저리에서, 그리고 그로스글로크너의 정상에서 눈발을 지나는 바람이 풍금소리를 울려주는 것을 들을 수 있지 않은가!"


오스트리아가 낳은 자연주의 등반가 귀도라머가 젊은 시절, 알프스에 가장 높은 산인 그로스글로크너Grossglockner(3798미터)를 등반하고 티롤의 아름다움을 노래했다는 알프스의 티롤Tirol! 과연 티롤이 얼마나 아름답기에 그는 ‘이 세상의 것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아름다운 풍경’이라고 노래했을까?

오스트리아는 베토벤, 모차르트, 슈베르트, 말러 등 수많은 천재음악가들을 배출한 음악의 나라로 알려져 있지만, 국토의 3분의 2가 알프스 산맥에 걸쳐 있는 산악국가로 그 명성이 더 높다. 오스트리아는 3천 미터가 넘는 만년설이 924개가 있고, 천 개가 넘는 아름다운 호수가 있는 아름다운 풍광을 간직한 산의 나라다. 흔히 알프스 하면 스위스를 연상하지만,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답고, 알프스의 심장에 해당하는 티롤이 오스트리아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그래서 세계적인 등반가들을 수없이 배출한 곳도 오스트리아다. 당신은 ‘티베트에서 7년'이란 영화를 본적이 있을 것이다. 바로 이 책을 저술한 하인리히 하러를 비롯해서 수많은 등반가들이 오스트리아에서 배출되었다. 그들은 이 바로 티롤지방에서 산악인의 꿈을 키워왔다. 오늘 우리는 알프스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티롤지방을 기차로 넘는다.

아침 9시 36분, 클라겐푸르트에서 출발하는 독일 도르트문트 행 기차에 오른다. 동유럽 유래일 플랙시 패스를 마지막으로 쓰는 날. 승무원이 11월5일이라고 기록한 날짜에 마지막 점검스탬프를 찍는다. 우리는 이 기차로 알프스의 티롤을 넘어 잘츠부르크로 간 다음, 그곳에서 오늘 여행의 종착지인 인스부르크로 가는 기차로 갈아타야 한다. 알프스의 티롤지방을 원을 그리며 동유럽의 마지막 기차여행을 장식하는 날.

기차는 환상적인 운무가 깔려있는 뵈르터 호수를 지난다. 그 운무도 잠깐, 쏜살같이 달려가는 기차는 10시 8분에 빌라치 역에 첫 정차를 한다. 빌라치 역은 이탈리아, 슬로베니아, 독일로 가는 삼각주역할을 하는 교통의 중심지다. 그래서인지 오르고 내리는 사람들이 많다.

 


빌라치에서 다시 1시간여를 달려 말니츠Mallnits 근처에 다다르니 무지하게 긴 터널을 지난다. 아마 스위스의 몽블랑 터널에 버금 가는 긴 터널이 아닌가 생각된다. 터널을 지나가는 시간을 재보니 15분정도 걸린다. 기차는 헉헉거리며 산을 오른다.

 

우리는 지금 알프스에서 가장 험악하다는 타우에른 산맥을 넘고 있는 것이다. 열차내의 스피커에서는 '아름다운 스위스 아가씨'라는 요들송이 흘러나오고, 산 아래 초원위에는 점점이 이어지는 마을이 목가적인 풍경을 띠며 그림처럼 다가온다. 영화 '사운드오브 뮤직의 한 장면같다고 할까? 말과 글로는 표현을 할 수없는 알프스의 아름다운 풍경들이 산상에 펼쳐지고 있다.

“저기 산들 좀 봐요. 지붕은 하얗고, 중턱은 단풍, 계곡은 푸른 잔디!”
“참으로 묘한 조화군. 푸른 하늘 아래 몇 겹의 색깔이 펼쳐지고 있으니….”
“늦가을인데도 왜 산위의 잔디들이 이리도 푸를까요?”
“낸들, 아마 양 잔디라서 그런 게 아닐까?”

 


알프스는 저지대에서부터 해발 1,500m에 이르는 지점까지는 푸른 잔디가 계곡 사이사이에 갈려있고, 너도밤나무와 자작나무 같은 낙엽교목이 자라고 있으며, 중간지대인 해발 1,800m에는 가문비나무, 소나무, 전나무 등의 침엽수가 자란다. 풀과 꽃, 관목을 볼 수 있는 고산초원은 해발 2,400m에 있다. 가장 높은 3,000m 이상의 고산지대에는 식물이 자라지 않으며, 암석과 만년설로 덮여 있다. 이러한 식물군의 띠는 여러 가지 색깔로 아름다운 풍경을 연출하고 있다.

11시 44분, 기차는 알프스를 넘어 ‘사운드 오브 뮤직’의 촬영 배경지인 잘츠부르크 역에 도착한다. 잘츠부르크 역에서 햄버거에 커피를 한잔 마시며 출발하는 인스부르크 행 기차를 기다린다. 안내판을 보니 인스부르크 행 기차는 오후 1시 4분에 있다.

 

“6년전에 이 곳을 여행했던 생각이 나요.”
“아니, 벌써 6년이나!”
“멕시코의 신시아, 호주의 조앤과 함께 여행을 했던 그 시절이 그립군요.”
“추억은 언제나 아름다운 것 아니요!”

그러나 점심을 먹고 인스부르크 행 기차에 오른다는 것이 그만 독일 뮌헨 행 기차에 잘 으로고 만다. 기차에 올라 아무래도 수상쩍어 어떤 아가씨에게 인스부르크 행이 맞느냐고 물었더니 이 기차는 독일 뮌헨 행 기차란다. 아차! 시간이 없다. 자칫 잘못했으면 엉뚱한 방향으로 갈 뻔했다. 급히 내려 우리는 기차를 갈아탄다. 유래일 패스는 갈아타는 역에서 반드시 국적을 확인해야 한다.

잘츠부르크와 인스부르크 구간은 풍광이 뛰어나 외국인 여행자들이 즐겨 찾는 기차여행 코스다. 이 구간은 두 개의 기차노선이 있는데, 그 하나는 독일을 경유하는 시간이 짧은 노선과 다른 하나는 오스트리아 알프스를 만끽할 수 있는 국내노선이 있다. 시간이 급한 사람은 독일노선을 택하겠지만, 알프스 기차여행 진수를 맛보려면 물론 오스트리아 국내선을 타야 한다.

당연히 우리가 탄 기차는 오스트리아 국내선 완행열차다. 잘츠부르크를 출발한 기차는 한편엔 호수와 강, 그리고 다른 한편엔 만년설을 끼고 달려간다. 이 노선은 오스트리아에서도 가장 험준한 알프스인 호에 타우에른Hohe Tauern을 넘는다. 그러니 우리는 이 산맥을 하루에 두 번이나 넘는 샘이다. 클라겐푸르트에서 잘츠부르크로 갈 때 이미 한번 넘었던 것. 기차는 슈바르차흐 장 크트 바이트 Schwarzach St. Veit역에서 오른쪽으로 방향을 바꾸어 인스부르크 쪽으로 달린다. 거대한 호수가 시야에  나타난다. 겨울엔 스키를 즐기고, 여름엔 보트 스포츠를 즐길 수 있는 첼 암 제 Zell Am See 호수다.

 

키츠베르그 역에 도착을 하니 티롤Tirol이라는 표시가 나온다. 잘츠부르크 주를 벗어나 티롤 주에 들어선 것이다. 기차는 인Inn 강을 끼고 서서히 미끄러지다가  마침내 오후 4시 35분 인스부르크 중앙역에 도착한다. 긴 기차여행을 끝내고 마침내 알프스의 장미라고 일컬어지는 티롤 지방의 주도 인스부르크에 도달한 것이다. 인스부르크중앙역에는 서서히 어둠이 깔리고 있다. 알프스 기차여행의 진수를 느끼려면 꼭 이 노선을 타볼 것을 권한다. 차창에 문득 문득 스치는 기절할 것 같은 이름다운 풍광들이 일생동안 당신을 즐겁게 할 것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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