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36]뮌헨으로 가는 기차

찰라777 2006. 9. 10. 13:10
 

 인생은 외로운 양치기다

 

 

“아까 역에서 만난 그 사람 말이에요.”

“담배를 피던 그 환자?”

“네, 어쩌면 몸이 그렇게 안 좋은데 담배를 피울 수 있지요?”

“음… 그게 그러니까 당신이 그 좋지 않은 건강으로 여행을 좋아하는 것과 같은 이치 아닐까?”

“허지만… 그렇게 심한 기침을 하면서까지 담배를 피어대는 모습이 너무나 안타까워 보였어요.”

“사람이란, 각자의 가는 길이 다르듯이 죽도록 좋아 하는 것들이 다 다르지 않겠소.”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차피 인생은 각자의 외로운 양치기 아닌가?”

“……”

   

내가 혼자 말처럼 중얼거리자 아내도 말없이 차창 밖을 바라만 보고 있다. 뮌헨 행 OBB 81호 열차는 총알처럼 벌판을 달려간다.

  

흘러가는 늦가을 풍경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동안 그렇게 말이 없었다. 여행길을 가다가 죽어도 좋다는 아내와 담배를 피우다가 죽어도 좋다는 표정을 짓던 그 깡마른 사나이의 얼굴이 차창에 오바롭되어 교차한다. 

 

병으로 인한 고통을 잊어버리기 위해, 아니 병을 자신의 일부로 받아드리고 시련을 이겨내기 위해 죽도록 좋아하는 여행을 선택한  아내의 모습은 내가 보기엔 처절할 정도로 매 순강을 열심히 살아간다.

 

그러나 세계일주의 길은 그리 쉬운 것만은  아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낭만적으로 보일지 모르지만 각종 약과 주사기로 가득 찬 배낭을 걸머진 환자를 돌보며(?) 둘만 떠나는 배낭여행 길은 여러 가지 위험을 담보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내는 유사루푸스로 인한 당뇨와 심장병, 그리고 갑상선 저하증 등 갖가지 질병에 시달리고 있다. 아내는 마치 움직이는 시한폭탄처럼 보인다. 언제, 어떻게 병이 발발할지 도무지 예측을 할 수 없기 때문이다.

 

 허지만 누구에게나 인생에 있어서 힘든 시기는 있다. 우리들은 힘든 고비 고비를 넘겨왔지만, 우리들의 인생이 다 할 때까지 아직도 험한 산을 넘어야 할 힘든 일들이 첩첩이 다가오고 있으리라.

 

나는 시련이 다가 올 때마다 어린시절 읽었던 헬런켈러 여사의  ‘3일간만 볼 수 있다면’이란 이야기를 떠올린다. 우리 모두가 잘 아는 이야기지만  달리는 기차 안에서 나는 다시 헬렌켈러 여사의 이야기를 상기해 본다.

       

     

볼 수도, 들을 수도, 말을 하지도 못했던 헬런켈러는 그의 자서전에서  3일 동안만 볼 수 있다면…

  

"첫째 날에는 자기를 지금까지 가르쳐준 설리번 선생님의 얼굴을 보고, 산으로 가서 아름다운 꽃과 풀과 빛나는 노을을 보고 싶고,

  

둘째 날에는 새벽에 일찍 일어나 먼동이 터오는 모습을 보고, 저녁에는 영롱하게 빛나는 별을 보고 싶다고 했다.

  

마지막 셋째 날에는 아침 일찍 부지런히 출근 하는 사람들의 활기찬 모습을 보고, 점심에는 아름다운 영화를 보고, 저녁에는 화려한 네온사인과 쇼윈도의 상품들을 구경하고,  집에 돌아와 사흘간 눈을 뜨게 해주신 하나님께 감사의 기도를 드리고 싶다고" 하였다.

 

이 얼마나 소박하고 간절한 꿈인가.

물론 이 소박한 꿈은 이루어지지 못했지만, 늘 감사한 마음으로 살아간 헬렌켈러는 불굴의 투지로 장애를 극복하며 88세까지 세상의 장애인들에게 희망을 심어주며 생애를 마감하였다. 

     

그러나 어쨌든 인생은 각자의 외로운 양치기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흩어진 양들을 모아서 각자의 목적지로 가야 하는 외로운 양치기. 허지만 아무리 힘든 시련이라 할지라도 지나고 보면 별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미국의 소설가이자 탁월한 여행가였던 마크 트웨인은 말했다.

“20년이 지난 후에는 당신이 했던 것보다 하지 못했던 일들 때문에 더 많은 후회를 하게 된다. 그러니 당장 밧줄을 벗어 던져라. 안전한 항구에서 멀리 벗어나라. 무역풍을 받으며 항해하라. 탐험하라. 꿈꾸라. 그리고 발견하라.”고.  

     

우리는 지금 안전한 항구에서 멀리 벗어나 무역풍을 받으며 위태로운 항해를 하고 있다. 이는 시련을 이겨 낼 수 있는 우리들의 어떤 방법, 시련의 아픔을 잊어버릴 정도로 좋아 하는 어떤 것이다! 여행을 하다보면 시련의 시간들은 지나가고 말 것이다. 우리는 지금 다른 모든 것을 접어버리고 ‘용기’ 하나로 버티며 이 힘든 세계일주의 항해를 강행하고 있다.

 

기차는 출발한지 불과 두 시간 만에 우리를 뮌헨 역에 내려준다. 시계를 보니 12시 37분이다. 우리들의 세계일주 여행 코스 중 동유럽의 마지막 기착지로 뮌헨을 선택한 것은 순전히 퓌센에 있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노이슈반스타인 성을 가보기 위해서다.

   

역무원에게 퓌센으로 가는 기차시간을 알아보니 퓌센 행 기차가 12시 51분에 있단다. 차표를 판 역무원은 뛰어가야만 탈 수 있으니 빨리 서두르라고 당부를 한다. 라커박스에 큰 배낭을 맡기고 우리는 뛰다시피 서둘러 퓌센 행 기차를 겨우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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