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스웨덴5-스톡홀름] 4NO 게스트 하우스

찰라777 2004. 7. 14. 10:57

◐ 스톡홀름의 [4 No] 게스트 하우스



* 스톡홀름 대합실에 붐비는 여행자들. 그들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갈까?

기차에서 내려 역사 안에 있는 여행자 안내센터로 갔다. 오늘밤 묵을 숙소를 정해야 하기 때문. 배낭 족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는 안내센터에서 한참을 기다려 게스트 하우스나 유스호스텔의 방을 물었지만 호텔 말고는 모두 만원이란다. 이런 낭패가 다 있나?

스톡홀름 패스를 사면서 다시 한번 알아달라고 하니, 아직 정식 오픈이 안 된 호스텔이 있는데 가겠느냐고 물었다. 정식오픈이고 뭐고 등만 대고 잘 수 있는 곳만 있으면 된다고 했다. 안내원은 전화를 걸더니 방이 비어있단다. 그런데 방값이 하루 밤에 195크로네(약 3만원)나된다고 했다.

“PC와 부엌은 있느냐?”
“No PC, No Kitchen, No TV, No Phone!”

저런, 3 No 도 아닌 4 NO로구먼… 그거라도 가겠다고 하니, 예약비를 50크로네나 달라고 한다. 북유럽은 물가가 비싸기도 하지만 공짜가 없다. 그도 조금 늦으면 방이 없어진단다. 과연 북유럽의 베니스답게 붐비는 도시로구나.

걸어서 갈 수 있다는 안내원의 말에 중앙역에서 나와 공항버스 정거장을 지나 쿵스홀멘 섬으로 건너가는 다리를 건너가는 길은 멀고도 멀었다. 석양노을이 지는 스톡홀름의 도시를 바라보며 물어물어 도착한 Abbes 게스트하우스는 정말 찾기가 힘들었다. 몇 번이나 물어서야 겨우 그 집을 찾았다.

호스텔은 지하에 창고 같은 곳을 개조해서 방을 만들어 놓는 곳인데, 겨우 한사람이나 들어갈 수 있는 회전식 복도는 큰 가방을 메고 겨우 빠져 내려가기에 매우 힘이 들었다. 나보다 몸이 뚱뚱한 아내는 낑낑대며 겨우 난간을 빠져 내려갔다.

“여보, 뭐 이런 데가 다 있어요. 사람 잡네! 그러게 사전예약을 그렇게 하라고 했잖소.”
“미안하우. 각하! 낸들 이렇게까지 될 줄 알았겠소이까?”

난간을 빠져 방으로 들어가니 핸드폰을 든 어떤 남자가 나타났다. 그가 주인이라고 했다. 마침 현찰이 없어 카드결제를 하겠다고 했더니 현금만 받는단다. 이런, 우라질… 짐을 부려놓고 밖으로 나가 ATM에서 현금을 찾아와서 380크로네를 건네주니 방을 배정해 주었다.

“연락하실 일이 있으면 이 전화번호로 연락하세요. 전화는 밖으로 나가면 오른쪽에 세븐 일레븐으로 가면 공중전화가 있습니다. 그리고 문의 암호는 이 번호입니다. 암호를 잊어버리면 안 됩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는 그만 나가 버렸다. 밤이 되면 종업원이 없는 무인 호스텔이다. 공사를 하다만 방중에 한곳만 20여명이 잘 수 있는 층층이 침대가 놓여 있었다. 층층이 침대마다엔 남녀혼성으로 헝클어진 짐을 팽개쳐 둔 채 누워 있거나 책을 보고 있었다.

어쨌든 여기가 오늘밤 우리 집이다. 아내는 아래 침대에 나는 윗 침대에 자리를 잡고, 저녁을 먹기 위해 밖으로 나갔다. 이제 겨우 북유럽에서 맴도는 나그네가 지구를 한 바퀴 돌려면 이 정도야 달게 감수를 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