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스웨덴 7] 요람에서 무덤까지...

찰라777 2004. 8. 19. 13:28

◐ 요람에서 무덤까지...

그들은 정말 심심해서 자살을 할까?




요람 속에 편하게 앉아 트램을타고가는
스톡홀름의 아이들. 스웨덴은 3명중 1명이
미혼모가 낳은 아이들이라고 하는데....

스톡홀름카드의 위력은 과연 대단하다. 카드 한 장으로 버스, 트램, 지하철, 마랄렌 호수를 오가는 유람선을 몇 번을 갈아타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말이다.

어디 그것뿐인가? 카드 한 장으로 스톡홀름 도시를 이루고 있는 모든 섬-헬라즈스홀멘 섬, 리다르홀멘 섬, 쿵스홀멘 섬, 유르고루덴 섬, 베크홀맨멘 섬, 쇠르말름 섬셰프스홀맨 섬, 카스텔홀맨 섬… 그 아름다운 섬들을 몽땅 휘저으며 다닐 수 있으니 꼭 공짜로 타고 다니는 기분이 든다.

또 있다! 이 카드 한 장이면 스톡홀름 전체에 퍼져 있는 70여개의 주요 박물관도 무제한으로 이용할 수 있으니 과연 마력을 지닌 카드라고 해도 손색이 없다.

스톡홀름은 과연 세계제일의 복지국가답게 모든 시스템이 인간중심으로 되어있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 들이 너무 깔끔하고 깨끗하다. 도로, 건물, 보도블록 하나하나에 이르기까지 마치 칼로 잘라 조각을 해 놓은 듯 너무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도대체 틈이 안 보이는구먼!…. 너무 완벽한 도시야.”
“정말 징그러울 정도로 깔끔하네요!”


기하학적인 깔끔한 조형미를 풍기는 현대적
감각이 넘치는 세르겔 광장의 보도불럭...
아내와 나는 중앙역에서 트램을 타고 세르겔 지구로 가면서 탄식 비슷한 소감들을 한 마디씩 뱉어냈다.
스톡홀름의 중심가 세르겔지구는 현대적인 감각이 넘쳐흐르고 있었다. 세르겔광장의 기하학적인 바닥의 무늬가 매우 돋보인다. 또한 지하에서 투명한 유리구멍을 통해 바라보이는 하늘과 분수의 모습은 그들의 공학적인 도시건축설계를 다시 한번 느끼게 한다.

너무나 완벽한 복지제도 때문에 자살률이 오히려 높다는 스웨덴!
스웨덴에서 태어나는 아이들 3명중 1명은 미혼모에게서 태어난다고 하는데… 더욱 이 동양인의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것은 이 미혼모들에게 경제적인 복지혜택을 더 많이 준다는 흥미로운 사회보장제도다. 미혼모 수당, 육아수당, 아파트보조금을 주는가 하면, 미혼모들은 냉대와 비난의 대상이 아닌, 당당한 하나의 가족 형태로 받아드려져 각종 복지 서비스가 제공된다. 미혼모들이여, 아이를 낳으려거던 스웨덴에서 태어날지어다!

'요람에서 무덤까지(from the cradle to the grave)...'
과연 스웨덴의 복지제도는 요람에서 무덤까지 관리해주는 완벽한 사회보장제도라고 한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도 인간을 결코 행복하게만 해주는 것이 아닌 모양이다. 아무리 기가막힌 명품이라 할지라도 그 수명주기가 어느정도 짧아야 생산이 늘고, 신제품도 개발된다. 그런데 그 제품의 무덤까지 따라가서 A/S를 해준다면 오히려 생산은 줄고 창조력도 떨어지지 않겠는가? 사람들은 죽을 때까지 따라다니는 그 A/S에 언젠가는 신물이 나서 지겨워지고 말것이다. 도대체 바꾸는 재미를 주지 못하게 하니 말이다.

인간도 제품의 수명주기와 다를바 없다. 인간에 대한 A/S를 요람에서 무덤까지 국가가 관리를 해주다보니 사람들은 드디어 심심해져서 되려 삶이 귀찮아지고 죽고싶은 심정이 되는 것은 아닐런지...


세르겔 광장 지하의 투명한 유리구멍에서 바라본
스톡홀름의 하늘과 광장의 탑.
스웨덴의 완벽한 사회보장시스템의 가동은 오히려 사람들에게 정신적인 나태함을 불러일으키는 원인이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모델적인 국가처럼 보인다. 사람들은 먹고살기 위하여 바동거릴 필요가 없고, 아이들은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먹여주고, 길러주고, 가르쳐 주니 사람들은 할일이 별로 없어 드디어 심심해고 말 것도 같다.

오히려 북국의 긴 밤은 사람들을 고독하고 외롭게 만들어 자살을 생각하게 만드는 우울증을 발생시키는 모양이다. 이런 자살 병은 정말 심심해서 생기는 그야말로 고급 중의 고급 병이 아닐까?

하루 동냥을 하여 그 날 하루를 살아가는 인도의 거지들과는 너무나 대조적인 모습이다. 그래도 인도의 뭄바이나 델리에서 보았던 거지들은 마냥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잃지 않는 모습이었는데, 이곳 거리에서 본 파란 눈의 부자들은 어쩐지 우수에 젖어있는 듯한 모습이다. 인간의 행복은 과연 어디에 있는 것일까?

오죽하면 범죄율이 제로에 가까워 경찰이 할일이 없다보니, 경찰서를 폐쇄 한다는 정부의 통보에 경찰들이 범죄를 저질러 경찰서 폐쇄를 극력 저지하는 웃지 못 할 코미디 같은 ‘깝스’라는 영화를 만들기에 이르렀을까? 스웨덴 사람들은 정말로 심심해서 죽는 것일까? 그렇다면 '요람에서 무덤까지'란 제도는 결코 언제나 좋은 제도만은 아닌 듯 싶다.

하여간 그런 묘한 의심덩어리를 안은 체 우린 세르겔 광장 지하의 어느 멋진 카페에서 깔끔한 맛이 풍기는 커피를 한잔씩 마시고 감라스텐 지구로 발길을 옮겼다.


기하학적인 멋을 한 껏 풍기는 세르겔 광장 지하천장



세르겔 광장을 평화롭게 날아가는 한 떼의 비둘기 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