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리스본의 알파마, 바이샤, 바이루 알뚜 거리를 오르락내리락 하며 어슬렁거리고 다녔다. 거리마다 검은 물결무늬가 파동을 치고 있었고, 그 검은 파도를 타고 길을 잃은 한 마리 인어처럼 거리를 헤매고 다녔다. 대지진의 흔적과 서민의 애환이 서린 뒷골목의 풍경, 그리고 아직도 파두를 부르며 파도 속에 묻힌 남편을 기다리는 늙은 무희의 춤….
알파마 지구의 뒷골목에서 파두를 한바탕 신나게 추다가 해조음에 묻어나는 황혼의 백사장에 한을 토해내며 길게 쓰러져버린 늙은 무희는 뱃사장에 부딪쳐 더 이상 갈 곳을 잃은 검은 파도를 로시우 거리로, 로시우 거리에서 다시 리베르다데 거리로, 바이샤와 바이루 알뚜의 언덕으로 걷어 차 올리고 있었다.
한을 품은 리스본의 도시는 바다를 향한 희망으로 다시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리고 희망을 실은 낡은 전차는 항해의 왕자 엥리께를 기리는 ‘발견의 탑’으로 연결되어 있었다. 그 낡은 추억의 전차를 타고 벨렝지구로 달려갔다. 거기, 발견의 탑에는 항해의 왕자 엥리께가 두 손에 리스본의 희망을 실은 범선을 들고 있고, 그 뒤로는 항해의 일등 공신들인 기사, 천문학자, 선원, 지리학자, 선교사들이 차례로 서 있다. 탑 아래 광장에는 험한 대양을 항해하며 발견했던 지역별로 연도가 새겨진 대형지도가 화려했던 포르투갈의 과거의 영광을 말해주고 있었다.
▲포르투갈의 희망 '발견의 탑'에서 세계일주 희망을 새기며...
발견의 탑에서 바라본 하얀 ‘제로니모스 수도원’의 모습이 파란 하늘아래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엥리께와 바스코 다 가마의 세계일주를 기념하기 위해 세워진 마누엘 양식의 제로니모스 수도원에는 바스코 다 가마와 포루투갈의 대표적인 시인 루이스 데 까몽이스가 잠들고 있다.
“우리의 희망을 이 바닥의 지도에 새겨둡시다.”
“어떤 희망을 그리지요?”
“당신과 내가 가고 있는 우리들의 세계일주 완성에 대한 희망 말이요.”
“흐음, 그거 참 좋은 생각이군요!”
우리는 세계일주 희망을 발견의 탑 밑 세계지도에 새겨 넣었다. 드레스 자락을 늘어뜨린 듯 귀부인의 모습을 하고 있는 벨렝 탑이 먼발치에서 우리를 지켜보고 있었다. 먼 옛 날 꿈을 싣고 인도와 아메리카로 떠나던 배들이 출항을 했던 관문이었던 벨렝 탑은 푸른 파도에 부서지며 그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 엥리께와 바스코 다 가마의 세계일주를 기념하기 위한 제로니모스 수도원.
대표적인 마누엘 양식 건물로 세계문화유산의 하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