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49]황금의 땅, 잉카제국으로...

찰라777 2006. 11. 14.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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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의 땅 잉카 제국으로...'

잉카의 땅을 밟다

 

 

▲페루 전통복장을 하고 야채를 파는 인디오 여인들

 

 

그대는 아는가?

 ‘잉카의 눈물’이 흩날리는 곳, 태양의 제국 잉카의 땅을…. 남미대륙의 서해안 중앙에 자리 잡고 있는 페루는 브라질, 칠레, 에콰도르, 볼리비아, 콜롬비아와 국경이 닿아있는 우리나라 남한 땅의 열 세배가 넘는 나라이다. 또한 광대한 아마존 열대우림의 60%가 페루에 속해 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안데스 산자락에 메아리처럼 울려 퍼지는 잉카의 음악 폴클로레, 세 갈래의 긴 머리를 늘어뜨린 인디오의 여인, 새벽안개에 싸여있는 신비한 잉카의 유적, 잃어버린 공중 도시 마추피추로 가는 잉카의 길, 불가사의한 나스카의 지상그림, 태양의 섬이 존재한다는 티티카카 호수… 그렇다. 이토록 신비하고 매혹적인 잉카의 땅이 지금 당신과 나를 불러들이고 있다.


태양신을 숭배했다는 잉카인들. 태양이 사라지면 세상도 사라지고, 태양이 떠오르면 인간도 다시 태어난다는 잉카제국. 그래서 그들은 태양이 떠오르는 일식 날에 세상이 다시 창조된다하여 이때를 기하여 태양신에게 제사를 지낸다. 그 잉카제국의 은밀한 속살을 만져보기 위해 우리는 유럽의 끝 리스본에서 대서양을 날아 여기까지 온 것이다.

 

‘잉카의 눈물’이란 안개비가 5월에만 조금 흩날릴 뿐, 사계절 내내 비가 내리지 않는 리마의 11월 밤은 무덮고 건조하다. 챠베스 공항에 내리자마자 우리를 제일먼저 접대하는 사람들은 우르르 몰려드는 호객꾼들이다. 비행기에서 생각했던 환상에서 번쩍 깨어나야 한다. 리마의 치안은 지구상에서 최악이라는 말을 들었기에 나는 그들을 아예 쳐다보지도 않기로 했다. 

 

끈질기게 따라 붙는 호객꾼들을 무시하고, 대서양 상공에서부터 김치가 그렇게도 먹고 싶다는 아내의 소망에 따라 나는 ‘궁전하숙’이란 한국인 민박집에 전화를 걸었다. 궁전하숙은 리스본에서 페루 대사관 홈페이지를 방문하여 만약을 기해 찜해둔 집이다.


“여보, 하루 밤에 40달러라고 하는 군. 아침과 저녁 식사를 포함하여.”
“어휴, 그건 너무 비싼데요?”
“그래도, 그렇게 김치가 먹고 싶다면 가야하지 않겠소.”

 

아내는 정말로 김치가 먹고 싶은 모양이다. 40일이 넘도록 유럽여행을 하며 빵과 버터만 입에 바르다 보니 마치 임산부가 입덧을 하여 죽도록 먹고 싶어 하는 표정이다. 하루 밤에 40달러라면 엄청나게 비싼 요금이지만 아내의 만류를 뿌리치고 미라폴로레스에 위치하고 있다는 궁전하숙집으로 가기로 결정하였다.

 

 

▲안데스 산맥에 끼어 있는 '잉카의 눈물' 안개비(마추피추로 넘어가는 잉카트레일에서) 


택시를 타기 위해 밖으로 나오니 호객꾼들은 더 극성을 부리며 따라 붙는다. 엄청나게 바가지를 씌운다는 리마의 택시 운전사들이라고 하는데… 그래서 나는 정복 차림을 한 경찰에게 택시를 잡아들라는 부탁을 한다. 경찰조차도 믿을 수 없지만 그래도 그냥 타는 것보다는 낫겠다는 생각에서다.

 

경찰을 사칭하여 가짜 신분증으로 버젓이 사기와 강도 행각을 하는 나라가 페루의 실상이다. 경찰은 10달러에 목적지까지 갈 수가 있다고 말한다. 이 가격은 궁정하숙집 주인이 말한 요금보다는 조금 비싸다.

운전수는 내가 보여준 주소를 희미한 불빛 아래 비추어 보더니 엑셀을 밟는다. 그런데 한 10분쯤 달리다가 그는 한적한 주유소에 차를 세운다. 그리고 1인당 10달러이니 20달러를 지불해야만 간다고 한다. 이런, 기어코 사고를 치고 마는구먼.

 

마침 공중전화가 주유소 벽에 보인다. 나는 택시 문을 열어놓고 아내를 차안에 둔 채 공중전화로 가서 궁전하숙으로 전화를 걸었다. 궁전하숙 주인은 전화를 끊고 그냥 택시 안에 가서 가만히 앉아 있으란다. 그러면 그가 수작을 부리다가 되려다 줄 거라고 한다.

 

택시로 돌아온 나는 운전수에게 지금 경찰에 신고를 하고 오는 중이라고 뻥을 쳤다. 그러자 그는 다소 일그러진 표정을 지으며 그냥 10달러에 가자고 한다. 이런 우라질. 컴컴한 밤중에 으슥한 곳. 자동차도 별반 다니지 않는 거리다.

 

별수 없다. 이판사판이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는 차를 다시 몬다. 이거 이러다가 엉뚱한 곳으로 가버리는 것 아닌가? 목적지에 도착할 때까지 불안하기 짝이 없다. 침착해야 한다. 우여곡절 끝에 궁전하숙집에 도착을 하니 밤 11시가 넘었다.

 

 

     ▲페루의 전통시장. 쿠스코 근교 피사크 일요시장에서

 


민박집 부부가 반가이 맞이해 준다. 2층 방에 짐을 풀고 샤워를 하는 동안 김치냄새가 물씬 풍겨온다. 군침을 삼키며 식탁으로 가니 상큼한 김치, 김치찌개, 상치, 된장 풋고추, 그리고 흰 쌀밥이 김이 무럭무럭 난 채 우릴 기다리고 있다.

 

아내와 나는 공기를 두 그릇이나 비우고 눈이 뻥 뚫리도록 식사를 맛있게 하였다. 역시 우리는 한국인이다. 김치에 쌀밥보다 더 좋은 식사가 있겠는가?

 

“두 분이서만 이렇게 배낭여행을 다니시다니 참 대단 하십니다.”
“역마살이 끼어도 단단히 낀 거지요?”
“허지만 이 곳 리마에서는 매우 조심을 해야만 합니다.”
“그러게 말입니다. 오늘 밤 택시 운전수만 해도 멀쩡하게 택시요금을 두 배나 달라고 하다니…”
“그런 건 약과지요. 레스토랑에 가서도 배낭 끈을 다리에 감아서 안쪽에 두시고, 줄 달린 열쇠가 있으면 의자에 채워두는 것을 잊지 마세요.”
“원 그렇게까지…. 이거 겁나서 어디 여행 하겠소?”
“안전이 제일입니다. 저도 몇 개월 전에 은행에서 돈을 찾아오다가 강도를 만나 죽을 뻔 했답니다.”

 

몸집이 좋은 민박집 주인은 은행에서 2만 달러를 찾아 나오다가 택시강도를 만났는데, 그냥 눈을 질끈 감고 축구공처럼 웅크리고 한 동안 앉아 있었더니 그냥 내려주고 가더란다. 하여간 이유 없이 과도하게 친절한 사람을 주의하고, 언제나 경계를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는 것.

 

저녁을 먹고 나서 숙박비를 지불하려고 하니 이건 또 한 번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이 벌어진다. 하루 밤에 40달러는 1인요금이고 2인이면 80달러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 분명히 부부 두 사람이 간다고 전화를 했는데....
이거야 정말!

로맹가리의 소설처럼 페루에 와서 새처럼 죽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