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영사를 만나다
“뭔가 꼬여드는 기분이군요.”
“여행을 하다보면 그럴 수도 있는 일 아니요.”
“아무리 그렇더라도 분명히 전화할 때 두 사람이라고 말하는 소리를 저도 옆에서 들었는데…”
“이제 그만 잊어버리고 잡시다.”
아내의 놀란 표정을 본 민박집 주인은 20달러를 깎아주어 60달러만 받겠다고 한다. 하여간 그도 고맙다. 오늘은 어차피 한국음식으로 오지게 저녁도 잘 먹었으니 여기서 자고 내일 다른 곳으로 옮기자. 어차피 리마에 머물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고 우리의 다음 목적지는 나스카와 쿠스코, 그리고 마추피추가 아닌가. 우리의 여정계획은 3일간만 리마에 머물기로 했던 것.
▲리마의 불리비아 영사관.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듯.
이튿날 아침 볼리비아 영사관에 가서 비자를 받기로 했다. 택시비나 버스비나 큰 차이가 없고, 대낮이니까 택시를 타도 괜찮다는 민박집 주인의 말. 해서 민박집에서 우리나라 티코 중고차 택시를 탔다. 여기까지 우리나라 중고차가 있다니 놀랍다. 볼리비아 영사관까지 4솔(약 1200원)이 나온다. 리마 시내에서 택시비는 거리에 상관없이 거의 비슷하다.
볼리비아 영사관은 San Isidro 235번지 어느 주택가 허름한 건물에 있었다. 주택을 개조해서 만든 듯 한 영사관 건물은 볼품이 없다. 물론 국경을 통과하며 비자를 받을 수도 있지만 미리 받아두는 것이 시간절약을 위해서도 좋을 것 같아서다.
대문을 열고 들어가니 안경을 쓴 중년부인이 안경너머로 우리를 쳐다본다. 1인당 비자비용은 30달러로 생각보다 비싸다. 20달러로 알고 갔는데 이달부터 올랐다고 한다. 월드컵을 치루고 나서 남미의 여러 국가가 비자를 면제해 주고 있지만 아직 볼리비아는 비자를 필요로 한다.
▲30달러를 주고 영사와 직접면접하여 받은 볼리비아 비자
축구를 좋아하는 남미 인들에게 월드컵의 위력은 과히 대단한 위력을 발휘한 모양이다. 우리나라에 볼리비아 대사관이 없지만, 볼리비아에도 우리나라 대사관이 없다. 명예영사만 있다는 말을 들었을 뿐.
내가 보기엔 비자를 받으러 온 손님도 별로 없는 것 같은 데 여직원은 약 2시간 정도 소요된단다. 기다릴 수밖에 없지만 아내가 약국에 가야 하므로 좀 빨리 해줄 수 없느냐고 요청을 하니 그녀는 우리들의 서류를 들고 영사실로 들어간다. 곡 나온 여직원 영사가 직접 면접을 하겠다고 하니 안으로 들어가란다. 이거, 또 뭐가 잘못된 것이 아닌가? 그러나 훤칠한 키에 미남형의 백인 볼리비아 영사는 의외로 우리를 친절하게 맞이한다.
“어서 오시오. 아주 멀리서 오셨군요.”
“네, 저희 들은 한국에서 왔습니다.”
“한국인이 여기까지 와서 볼리비아 비자를 받는 일은 매우 드문 일인데…볼리비아는 무슨 일로 가시나요?”
“볼리비아의 멋진 자연을 보기 위해서입니다.”
“아하, 두 분은 부부사이 이신가요?”
“그렇습니다. 우린 결혼 30주년 기념으로 세계일주 여행을 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것 참 대단하군요. 축하드립니다. 비자를 곧 내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영사님.”
“좋은 여행이 되시기 바랍니다.”
▲리마의 아르마스 광장. 보이는 건물은 대통령궁이다.
볼리비아 영사는 악수를 하며 여직원을 부르더니 즉시 비자를 발급해 주라고 지시한다. 아마 한국인이 여기까지 와서 자기네 나라로 가는 비자를 받는 일은 매우 드믄 일이어서 직저 면접을 한 모양이다. 2시간이 아닌 30분 만에 비자를 발급받은 우리는 기분 좋게 영사관을 나와 아르마스 광장으로 가는 택시를 탔다.
5솔을 주고 내린 아르마스 광장!
1532년 엘도라도의 황금마을을 찾아 스페인에서 건너온 정복자 프란시스코 피사로 무덤이 있는 곳. 그러나… 우리는 아르마스 광장에서 뜻하지 않게 남미 땅에 온지 불과 하루 만에 두 번째의 일격을 받게 되었으니… 여행을 중단 할 것인가? 아니면 계속할 것인가?
쿼바디스 도미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