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촌방랑/108일간의세계일주

[152]친절한 페루의 관광경찰, 마르틴

찰라777 2006. 11. 25. 20:15

친절한 페루의 관광경찰, 마르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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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상 : 친절한 페루의 관광경찰 마르틴 올리비에, 리마에서 만난 한국의 이영기씨부부

▲우상하 : 리마의 안경점과 차이나타운 거리풍경, 아르마스광장의 페루 경찰

 

 

우선, 공중전화 박스로 가서 서울의 카드를 발급한 은행으로 전화를 했다. 아내의 도난당한 신용카드, 국제현금카드 분실신고를 위해서였다. 마침 한국의 은행원이 전화를 받았고, 분실신고를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우리는 아르마스 광장 바로 뒤편에 있는 리마의 관광결찰 사무소로 갔다. 광장 건너편에 피사로가 미라가 누워있는 대성당이 우리를 굽어보고 있었다.

 

관광경찰 사무소로 들어서니 검정 바지에 푸른 상의 제복을 입은 관광경찰이 친절하게 맞이해 주었다. 페루의 관광경찰 마르틴 올리바레스 Martin Olivares. 그가 우리의 사건을 맡았다.  사건의 자초지종을 들은 그는 매우 미안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정말로 미안합니다. 배낭을 찾는데 최선을 다하겠지만 아마 쉽지는 않을 겁니다.”
“그럼 잃어버린 약과 똑 같은 약을 이곳에서 구할 수 있을까요?”
“저와 함께 병원과 약국으로 가서 알아봅시다.”

 

에스파냐 혈통의 미남형에 친절함이 배어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다소 마음이 안도가 되고 믿음이 갔다. 그는 이틀간이나 우리와 동행을 하며 거의 우리들의 사건을 해결하는데 전력을 다했다. 우선 음식점에 가서 현장 검증을 했다. 그리고 리마 경찰본서로 가서 도난신고와 조서를 받는데 협조를 해 주었다.

 

경찰서에서 조서를 받고 있는데 30대로 보이는 유럽인부부가 얼굴이 파래져 가지고 들어왔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들은 우리보다 훨씬 타격이 큰 모양이다. 캔터키 후라이 치킨센터에서 정심을 먹다가 여권, 항공권, 돈이 든 배낭을 몽땅 도난을 당하였다는 것. 맙소사! 그들은 폴란드에서 온 신혼부부인데 레스토랑 한 가운데서 도난을 당하였다는 것. 수중에 돈 한 푼이 없어 대사관으로 전화를 하는 동전을 우리가 빌려 주었다.

 

그들은 원래 리마에서 비행기를 타고 쿠스코로 갔다가 부인이 고산증이 심해 구토를 하고 어지러워 견딜 수가 없어 그 다음 날 다시 리마로  왔다는 것. 그리고 겨우 정신을 차려 점심을 먹다가 그런 변을 당했다고 한다. 내일 폴란드로 가려고 하는데 여권과 항공권을 잃어버렸으니 난감하다는 것. 우리는 그 부부를 보고 다소 상대적인 위안을 받으며 경찰서를 나왔다.

 

“마르틴, 이거 너무 불안해서 당신 나라를 여행할 수 있겠소?”
“그러기에 말입니다. 우리도 골칫거리요. 그러나 워낙 가난하다보니 도둑들이 많아 관광객이 조심을 하는 수밖에 없답니다.”

 

그의 안내로 우린 병원과 약국을 찾아 나섰다. 약을 구하지 못하면 한국으로 귀국을 해야 할 판. 몇 군데 약국을 들려 마침내 우린 인슐린과 주사기, 이뇨제 등 약을 가까스로 구할 수 있었다. 인슐린 62솔, 주사기 23솔, 이뇨제 18솔… 의외로 약값은 비사지 않았다.

 

“마르틴, 아내의 안경과 배낭을 사야겠는데 어디로 가야 하지요?”
“차이나타운으로 갑시다. 거기에 가면 없는 게 없고, 값도 싸니.”

 

이영기씨 부부가 내내 동행을 해 주었다. 차이나타운은 꼭 작은 허리우드 거리 같았다. 바닥엔 페루 스타들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우리는 차이나타운 어느 허름한 안경점에서 아내의 안경을 마쳤다. 할아버지처럼 생긴 안경사가 씩 웃으며 친절하게 대해준다. 안경유리를 손으로 자르고 다듬고, 모두가 재래식방법이다. 그래도 검진은 안과에 가서 해야 한다.

 

“잘 보여?”
“그런대로요.”

 

다음엔 가방 점에 가서 잃어버린 배낭을 샀다. 35솔을 주고 산 가방이 역시 허름하지만 그런대로 쓸 만하다.

 

“마르틴, 너무 고맙소. 이제 구할 건 다 구한 것 같소.”
“그럼,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아도 되겠군요. 하하.”
“그렇소. 마르틴 덕분에…. 대신 오늘저녁은 내가 쏘리다. 함께 갑시다.”
“그러지요.”

 

우린 유쾌하게 웃으며 마르틴의 안내로 어느 중국음식점으로 들어갔다. 이영기씨 부부와 함께 저녁식사를 했다. 마르틴은 시종일관 웃는 얼굴로 우리들을 대해 주었다. 비록 배낭을 잃어 버렸지만 페루관광경찰의 따뜻한 도움이 크게 위로가 되었다.

 

“마르틴, 너무 고맙소. 당신의 친절을 잊지 않으리다.”
“천만에요. 즐거운 여행 되시고 언제나 조심하세요.”
“정말로 고마워요.”


리마의 도둑은 바람처럼 빠르다

 

마르틴과 헤어진 우린 우리는 이영기씨가 묵고 있는 게스트 하우스로 옮기기로 하고 그 부부와 함께 궁전하숙집으로 갔다. 궁전하숙집에 도착하여 오늘 일어난 일을 말했더니, 리마의 도둑은 정말 바람처럼 빠르다. 눈 깜짝할 사이에 훔쳐간다. 그래서 배낭을 사타구니에 간수하거나 열쇠로 족쇄를 채워두어야 한다는 말을 잊었느냐고 다시 한 번 어제의 말을 상시시켰다.

 

이미 물 건너 간 일, 앞으로나 조심하자. 일단 민박집 주인이 위로 겸 차려준 한식을 맛있게 먹었다. 배낭은 잃어버렸지만 역시 페루에서 먹는 한국음식은 기가 차게 맛있다. 우린 이영기씨가 묵고 있는 게스트하우스로 숙소를 옮겼다. Houstel Friend House의 하루 숙박료는 1인당 7달러다. 궁전하숙집의 80달러 보다 열배나 싸다. 괜히 큰돈을 번 기분이다.

 

이영기 씨 부부는 페루에서 좀 더 머물겠다고 한다. 우아라스로 간다던가 아루라스로 간다던가. 내일이면 그들 부부와도 헤어져야 한다. 짧은 만남이지만 이별은 서글프다. 여행업계에 근무하는 이영기 씨와 한국에 돌아가면 꼭 다시 만나자고 다짐을 했다.


다음 날은 다시 관광경찰 사무소로 갔다. 마르틴이 기다리고 있었다. 도둑은 잡지 못했고, 아마 영원히 잡지 못할 거란다. 잊어버리자고. 마르틴과 헤어진 우리는 쿠스코로 가는 버스표를 사기위해 Cruz del Sur 버스회사로 갔다. 아내가 어제 경찰서에서 폴란드 부부를 보더니 비행기를 타지 말고 버스로 가자는 것.

 

 비행기 타고 내려서 그 부부들처럼 고산병 때문에 여행을 못하면 큰일 아니냐고. 그러지, 후회는 않기야. 안데스 산맥을 버스를 타고 넘는 것도 장난이 아니라고 하는데. 하여간 1인당 98솔을 주고 쿠스코로 가는 버스표를 샀다. 여정은 리마-이카-나스카-쿠스코로 가는 장장 30시간이 넘는 버스여행이다. 무사하게 넘어갈 수 있을지 걱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