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황금의 방과 700개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왕관
시청사, 감라스탄, 왕궁, 마랄렌 호수의 유람선.... 진정한 승자에게만 돌아가는 세상의 모든 것들....
□ 18만 6천개의 모자이크로 장식된 황금의 방
감라스탄 지구로 건너 가기전에 시청사로 발길을 먼저 돌렸는데, 청사 입구에서부터 웃통을 벗어져치고 따사로운 햇볕을 받으며 맥주를 마시고 있는 두 사내들이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손을 흔들었다. 헹~ 팔자한번 좋구먼. 우리도 손을 흔들며 시청사로 들어서서 호수쪽으로 나갔다. 파란 물이 넘실대는 호수가엔 나체로된 남녀 한쌍이 꽃을 들고 우리를 반긴다. 저런 대낮에 스트리킹을 하나? 그러나 염려 놓으시라. 꽃을 들고 있는 나체들은 서 있는 동상이었으니까...하하.
우리는 그 전라(全裸)의 나신 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찍자 찍어! 그래도 남는 건 사진 뿐이더라. 아내는 남자 나체 앞에서, 나는 여자 나체상앞에서 낄낄거리며 포즈를 취했다. 그런데 우리뿐 아니라 사람들 모두가 그 앞에 오면 낄낄대며 사진들을 찍었댔다. 흐흐... 사람들 맴은 다 독 같은 가벼~
우리는 시간대별로 안내원의 엄격한 통제하에서만 들어 갈 수 있는 청사내부를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며 들어갔다. 과연 시청사내의 '황금의 방'은 화려하다 못해 으리으리해서 자못 발을 내 딛기가 매우 조심스러울 정도다. 미끄러져 넘어질 뻔한 아내를 붙들고 우린 한동안 어리둥절해 해야 했다. 한 때 러시아까지 침공하여 스웨덴 제국을 건설했던 위용을 보여주고 있는 듯한 황금의 방. 18만 6000개의 금박 모자이크로 치장한 화려함은 스웨덴 건축의 정수를 보여주고 있다. 좋은 건 좋은 거다! 그래서 그 좋은 방에서는 노벨상 수상식 직후 세계 최고의 피로연과 무도회가 열리는 모양이다.
카를 12세(1682-1718)가 북방전쟁에서 러시아군을 대파할 정도로 한 때 스웨덴의 국력은 막강했다. 지금도 스톡홀름의 쿤스트레트 가든에 서 있는 카를 12세 동상은 오른 팔을 번쩍 들고 러시아의 상트페테르부르크 쪽을 향하고 있다. 마치 러시아를 공격하라는 신호처럼 아주 단호한 모습으로! 스웨덴은 강대국 러시아를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에 걸쳐 침공한 경험이 있다. 또한 스웨덴 군대는 유럽을 무인지경으로 휘젓고 다닐정도로 막강했다. 그 위용은 구 시가지역인 감라스탄 지구에 들어서면 극에 달한듯 남아있다.
□ 왕실 수비대의 근엄한 교대식
왕궁의 입구에 들어서면 넓은 도로가 나오는데, 그 도로에는 질서정연한 보도블록이 마치 제국주의 시대에 스웨덴의 군대처럼 깔끔하게 박혀 있다. 왕궁의 뜰에서 12시에 거행되는 왕실수비대의 근위병 교대식은 위엄의 극치를 이룬다. 베레모를 쓴 제복의 근위병들은 대포 앞에서 총칼을 들고 갖은 재주를 보여주며 멋진 교대식을 거행한다. 유럽의 대부분 국가의 왕궁에서 으레 치러지는 교대식이지만 마치 대포의 포문가지 열어놓고 절도 있게 교대식을 치루는 모습은 아직도 그들에게 장렬한 영웅주의 잔해를 보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 승자에게 돌아가는 모든 것들
구 왕궁은 1982년 왕실이 드로트닝홀름 궁전으로 이전함에 따라 현재는 외교사절 숙소로 이용하며 일반에 공개하고 있다. 왕궁의 내부는 거대한 크리스털 상들리에와 프랑스 로코코 양식의 인테리어가 매우 돋보인다. 역대국왕과 여왕의 왕관이 진열된 ‘보물의 방’에는 700여개의 다이아몬드와 에메랄드가 박힌 에릭 14세의 왕관이 압권이다.
평화를 상징하는 북유럽의 국가들 중에서 이렇게 근엄한 군대와 왕실이 있었다는 사실을 나는 이제야 깨닫게 되었다. 하기야 다이너마이트를 발명한 노벨이 평화상을 제정한 것도 아이러니 하지만, 세상의 평화는 힘의 균형에서 생겨나는 모양이다. 원래 힘이 센 승자에게 모든 영광이 돌아가질 않는가?
오늘날 스웨덴이 볼보 자동차를 비롯하여, 불멸의 팝스타 아바그룹, 불세출의 골프의 여황제 에니카 소렌스탐을 배출하기까지... 그들이 살기좋은 '복지국가의 요람'을 이루고 있는 것도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님을 실감하게 한다. 세상은 모든 경쟁에서 이겨야 산다. 양보란 그저 허울좋은 말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니 이기기 위해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힘를 길러야 한다. 힘! 힘이 있어야 경쟁에서 이기고 이겨야 세상의 모든 것들이 승자에게 박수를 보내며 모든 것을 돌려준다.
우리는 예의 스톡홀름 카드로 유람선을 타기로 했다. 섬으로 이루어진 도시를 배를 타고 돌아 다녀보아야 그 은밀한 아름다움을 제대로 감상할 것 같아서였다. 또한 스톡홀름 카드로 탈것은 다 타 보자는 게 아내의 제안이었다. 말하지면 본전을 톡톡히 뽑자는 여자의 발상은 항상 재미있다. 오늘따라 기가 막히게 좋은 가을 날씨라서 파란 가을 하늘아래 펼쳐진 마랄 렌 호수는 푸르다 못해 옥처럼 흰 은빛을 발산하고 있었다. 바닷가에 웃통을 벗어 재끼고 햇볕을 받아내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띤다. 남북으로 길게 내리 뻗은 스웨덴은 섬으로 이루진 나라다. 그 중에서도 스톡홀름은 아주 은밀한 요새처럼 섬들 속에 둥지를 틀고 있다. 또한 이 작은 섬들은 으스스한 발틱해에서 스웨덴을 지켜주는 방패노릇을 해왔다.
□ 유람선을 타고 돌아본 마랄렌 호수
우리는 배를 타고 호수를 건너 유르고르덴 섬을 한 바퀴 돌았다. 유르고르덴 섬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스칸센 야외 박물관이 있는 곳이다. 섬은 때마침 붉게 타오르는 단풍으로 그 아름다움이 극에 달하고 있었다. 배는 양편에 한 폭의 수채화처럼 단풍으로 물든 공원의 숲 속을 뚫고 서서히 달려갔다. 우리는 나중에 이 스칸센공원과 섬에서 반나절을 산책을 하며 보냈는데, 그에 대한 감상문과 사진은 다음호에 올릴까 한다.
멀리 바이킹라인과 실자라인의 거대한 유람선들이 우람한 산처럼 서 있었다. 이 배들은 헬싱키를 오가는 초호화 유람선이다. 오늘 밤 우리도 바이킹 라인을 타고 발틱해를 건너 헬싱키로 가기로 되어 있다.
도시의 곳곳에는 청색바탕에 노란 십자가 모형의 스웨덴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었다. 그런데 사실 스웨덴의 국기는 덴마크의 국기를 그대로 본 떠 만든 것처럼 보인다. 덴마크의 국기가 빨간 바탕에 하얀 십자가형이라면 스웨덴 국기는 그 모양에 색깔만 남색바탕에 노란 십자가를 바꾸어 놓은 것이다. 덴마크의 국기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국기라고 하는데, 실제로 북반구의 여러 나라 국기를 만드는데 많은 영향을 주었다고 한다.
하여간 이 제국의 깃발은 18만 6000개의 모자이크로 된 '황금의 방'과 700여개의 보석들이 박힌 왕관을 자랑하듯 마랄렌 호에 나부끼고 있다. 유람선에서 내린 우리는 다시 버스를 타고 유르고르덴 섬으로 향했다.
* 이번 칼럼은 독자님들의 눈을 즐겁게 하기 위하여 많은 사진을 여과없이 실어 보았다. 사람들은 사진이 많으면 글은 안 읽고 사진만 휙~ 보고 지나간다. 또한 글만 잔뜩 써 놓고 사진을 올리지 않으면 그냥 골치아퍼 하면서 또 휙~ 지나가 버린다. 그러니 사진과 글은 서로 상반관계가 되기도 하고, 동반 관계가 되기도 한다. 사진만 있고 글이 없으면 어쩐지 뼈대가 없는듯 싱겁고, 글만있고 사진이 없으면 시각적인 효과가 없어 재미가 덜해진다. 하여간 이 더위에 땀을 흘리며 사진과 글을 동시에 많이 올려보았다. 사람들아, 칭찬좀 해라. 이번호의 반응을 보고나서 더 많은 사진을 올리려고 생각하고 있으니...ㅎㅎㅎ
*하늘땅여행 카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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